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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베가지 2019. 7. 29. 12:56

 

 

7월 초에 있었던 아베 신조의 불화수소 수출 규제와 더불어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하겠다는 으름장은 우리나라에게 어떤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일본의 제국주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위한 것이든 아니든 만만한 우리나라를 겨냥한 협박 발언에 대해 현 정부의 잘못으로 치부하거나 국민들의 저급한 불매운동 쯤으로 싸잡아서 욕하는 얼치기 토착왜구를 보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소비는 일반인들이 생존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행동이다. 소비를 통해 가계 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는 생존할 수 있다. 기업과 국가는 단지 국내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있기 전 일본을 다녀오면서 수없이 많은 한국인과 그들의 손에 들려있던 가지수를 세기도 어려운 물품들. 조금 유명하다 싶은 관광지엔 한국인들이 넘쳐났다. 국내 다양한 블로거들이 퍼트린 음식점, 관광지, 물품들을 공유하지 않고 관광에 나서는 이가 없으니 여기저기 한국인이 없는게 이상할 따름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지상파, 케이블 채널 등에서 소개하는 일본 여행 이야기는 다녀오지 않은 이들에게 박탈감과 소외감을 안겨주기 딱이다. 누군가는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하지만, 다양한 여행지 소개의 부재, 편중된 지역의 여행 소개, 풍족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은 일본이 그나마 여행하기 딱인 곳이었을 것이다. 거기다 여행 다녀온 후 손에 들려진 물품은 여행의 결실이기도 하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저렴하게 득템한다는 심정이 보태어진다. 

 

일본의 행태가 몹시 괘씸하나 불매를 하든, 여행을 하지 않든...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는 그 개인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모여서 정책을 만들어낼 수 도,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도 있다. 타국의 이미지를 한 번 떠올려보자. 일본과 중국의 이미지가 정부의 역할과 외교로만 만들어졌는가? 그 나라 국민들의 행동과 말로 만들어진다. 일본이 한국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으로 여행과 물품 구매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건 계속 같은 대우를 받아도 괜찮다는 암묵적 동의와 같다. 너무 크게 봐서 공감가지 않는다면, 내 가족을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내가 쓰는 돈이 얼마되지 않는다고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음에 위안을 삼아도 될까?

일본으로 여행가는 한국인은 연간 750만명이 이른다. 일본인은? 250만명이다. 우리는 일본 여행에서 꽤나 많은 물품을 사들고 온다. 일본 여행객은? 적은 소비를 하는 편이다. 1인당 10만원씩 쓴다고 가정하더라도 우리는 일본에 7500억원을 퍼주고 온다. 숙박비, 교통비, 물품 구입, 식비, 관광 등 다양한 면까지 고려한다면 수조원을 퍼주는 셈이다. 일본의 소도시에서 쓰고 오는 비용은 그들의 생존을 돕는 행위가 된다. 우리가 소비하지 않는다고 그들에게 치명상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행동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들의 정치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지 알아야 한다. 

 

7월 28일 롯데마트 진열대에 진열된 일본상품

 

다른 대형마트에서 동참한다는 일본제품 불매(不賣)운동에 롯데마트는 꼿꼿했다. 나름 고급진 의식의 시민들이 사주고 있으니 버젓이 판매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급하다는 불매(不買)를 대신할 만한 고급진 운동을 예로 들어주면 좋겠다. 고급진 운동에 나도 동참하고 싶으니 말이다. 

 

7월 27일자 하나로마트에 표시된 일본불매문구

하나로마트 창동점이 먼저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할때도 모든 하나로마트가 동참한 건 아니었다. 버젓이 일본산 맥주와 음료, 과자를 팔고 있었다. 하나로마트는 국내 농산물을 주로 취급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매장을 방문해보면 수입산이 꽤나 많이 있는 곳이다. 마치 의식이 예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고객의 탓으로 동참하지 못한것마냥 덧붙인 문구가 눈에 거슬리는 불매운동에 동참한단다. 

 

소비는 분명 개인의 선택이다. 대형마트든 편의점이든 작은 점포든 간에 누군가 소비하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다. 당연히 철수의 순을 밟게 될 것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선택받지 못한 제품은 없어지게 된다. 작지만 모이면 큰 힘이 되는 게 소비라고 생각한다. 개 돼지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들이 생산해내는 제품을 소비하고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개 돼지는 절대 사람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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