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플라스틱 줄이는데 이 정도 용기쯤이야!

베가지 2021. 3. 15. 12:00

5인 이상 집합금지며,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운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타인과 만남이 꺼려지니 외식하는 건 어려운 일 입니다. 그렇다고 매번 삼시세끼를 집밥으로 먹자니 먹는 사람도 곤욕이고 하는 사람도 곤욕입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돌밥',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 

 

돌밥의 시간을 줄여줄 배달음식.

 

배달음식은 조리시간을 줄여주는 편리함은 있지만,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기에 마음이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집밥만 부지런히 해먹을 자신도 없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

 

오늘 용기가 필요한 음식은 '산채나물비빔밥'

산채나물, 밥, 반찬, 비빔장, 된장찌개를 담아 올 그릇이 필요합니다. 플라스틱말고 스텐 그릇이 부족합니다. 집밥에 충실?하다보니 스텐 반찬통마다 반찬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터라 빈 통이 별로 없네요.

 

놀고 있는 스텐통을 거의 다 꺼내봅니다.

반찬용 2개, 양념비빔장용 1개, 나물용 5L 1개, 밥용 8L 1개. 총 스텐 통 5개를 준비해서 장바구니에 넣어보니 꽉 찹니다. 된장찌개용으로 뚝배기를 챙겨가야되나 고민하다 저것만으로 장바구니가 꽉 차서 나머진 그냥 패쓰~ 합니다. 이렇게까지? 미련한 짓인가 ??? 라는 의문이 듭니다. 다행히 같이 가는 아이가 더 챙겨야 되는거 아니냐고 물어봐줍니다. 그래도 패쓰~

 

작년엔 아구찜 스텐용기 들고 갔다가 눈치랑 아구찜을 같이 포장해 왔었습니다. 올해는 덜 하려나? 

 

그 동안에 포장한 적이 없냐구요? 있었죠.

일품요리 같은 경우에는, 통 한 두개가 필요한 정도라서 장바구니에 저렇게 바리바리 준비해서 갈 필요가 없었던거죠. 근데 이번엔 통을 저렇게나 많이 준비를 하다보니 현타가 옵니다. 그냥 집밥을 먹을걸 그랬나????

 

'장바구니 가득 담아간 통을 들이밀다. '

 

 

산채나물비빔밥 집도 예전에는 배달주문을 받지 않으시더니 얼마전부터 배민에 등록되어 있더군요.  

대개의 경우, 포장을 요청하며 준비해 간 통을 내밀면 달가워하지 않으십니다. 평소에 담는 통에 담아야 양을 가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길이 번잡스럽지 않기 때문일겁니다. 그래도 용기을 내밀어 봅니다. 

용기내어 말해봅니다.

"여기에 담아주세요."

 

장바구니 가득 담긴 통에 반찬, 나물 등 알아서 적당히 잘 분배해 담아달라고 합니다.

사장님, 처음엔 약간 난감해 하시더니 고민하는 듯 ...  그러시더니 어떤 통에 뭘 담을지 물어보십니다. ㅎㅎ 뭘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신 모양입니다. 다행입니다.  싫은 내색이 아니어서...

 

10분을 기다려 산채나물비빔밥과 도토리전까지 받았습니다. 

 

제가 준비한 통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몇 개의 플라스틱 통이 더 딸려왔습니다. 

 

통을 준비해와서 나물을 더 담으셨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아까 준비하지 못했던 뚝배기 대신 플라스틱 통에 된장찌개가 담겨 왔습니다. 할까 말까 고민할때는 하라고 했는데...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플라스틱 통에는 된장찌개, 도토리전, 도토리묵, 도토리전 양념장이 담겨 있습니다. 

 

한상차림이 되었네요. 

나물을 넣은 나물밥, 치커리와 도토리를 들기름으로 버무린 도토리묵, 도토리가루와 야채를 넣어 부친 도토리전, 각종 산채나물, 집 된장 맛이 나는 된장찌개, 김 장아찌, 봄이면 먹기 좋은 마늘쫑 무침, 오이 짠지 무침, 백김치. 한상 가득 차려진 포장 밥상으로 든든한 집콕 외식을 즐겼습니다. 

 

 

포장음식이 많아지고, 매일같이 찾아드는 택배물건으로 집콕생활 전보다 훠~ㄹ 씬 많은 양의 플라스틱, 비닐 쓰레기가 넘쳐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버려지는 재활용 쓰레기는 일주일동안 집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마음의 짐까지 쌓입니다.

 

조금이나마 쓰레기를 줄여보려 용기를 들고다니는 귀찮음을 무릅쓰게 됩니다. 어떤 때는 이번처럼 꽤나 용기를 준비했다고 생각했으나, 주인장들의 후한 인심으로 플라스틱이 딸려오니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음을 포장된 음식을 받으며 느낀답니다. 

 

나중엔 더 많은 용기를 준비하리라 ~  

 

텀블러를 들고가서 담아오는 것도, 스텐 빨대 쓰는 것도, 장바구니를 가방 한 켠에 준비해 두는 것도, 용기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것도... 

처음엔 용기가 필요합니다. 준비한 용기에 달라고하면 이상하게 보거나 귀찮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죠. 이젠 어색하지 않으니 누구나 조금의 용기만 내면 쓰레기가 쬐끔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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