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 텃밭에서 김치냉장고까지

* 김장 비용 얼마나 들었을까? 텃밭에서 배추를 기른 덕에 배추값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 김장재료 - 배추 33포기, 무 9개 1만 3천원, 고추가루 2.8 kg 5만원, 마늘 1.8 kg 1만원, 생강 2천원, 쪽파 6천원, 대파 2천원, 새우젓1 kg 2만3천원, 멸치젓 1 kg 4천원, 소금 10 kg 9천원, 매실 엑기스 800g

>>> 배추 외 11만 9천원. 

>>> 10 kg 5통, 15인 kg 1통, 7 kg 2통 >>> 79 kg

>>> 현재 판매 중인 포기 김치 10 kg을 4만원으로 가정할 때 약 32만원.

 

배추 포기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김장비용은 많이 듭니다. 당연하죠.

우리가 늘 비교하는 비용에는 인건비외 물 사용료, 가스 사용료, 배추 운반비, 청소비용, 매 식사 때 마다 식사를 차릴 수 없기에 사 먹는 비용 등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본인 집에서 김장을 하지 않고 다른 집에서 김장을 하는 경우에는 이동비용에 정신적 육체적 피로까지 보태게 됩니다. 이런 비용까지 다 합친다면 결코 김장을 하는 비용이 사먹는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합산하지 않으니 김장 비용이 더 저렴한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텃밭에서 잘 자라준 배추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33포기를 해야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엄두도 내지 않았을 겁니다.

 

텃밭이라고 해봐야 겨우 4평 가량에 심어놓은 상태라 40포기를 빠듯하게 심었었답니다. 개중에는 잘 자라는 것도 있지만 잘 자라지 못하고 모종을 옮겨 심은지 며칠되지 않아 시들어 죽은 것도 있습니다. 날이 쌀쌀해지면 병충해에 잘 시달리지 않습니다. 대신 작은 날파리같은 벌레들이 달라붙어 이파리를 빼곡하게 뒤덮거나 애벌레들이 온 잎을 갉어먹어버려 몇 개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가을은 워낙 짧은 계절이라 주간 기상변화를 잘 알아둬야합니다. 갑자기 한파가 닥쳐 배추와 무가 살짝 얼어버리면 김장김치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거든요. 지난 11월 9일 즈음에 김장하는 집이 늘어난건 수능한파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1. 텃밭에 가득한 배추를 보면 갑자기 심란해집니다. 저걸 다 뽑아서 집으로 옮기는 작업을 합니다.

정말 뽑아서 옮길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겁니다. 

 

 

집에서 별도 작업없이 소금에 절이는 과정으로 바로 가려면 텃밭에서 흙이나 걸리적거리는 이파리는 제거해야 합니다. 그 후 소금에 절이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차에 싣습니다. 차 트렁크에 가득찬 배추를 보면 아직 준비하지 못한 김장재료들이 생각날 수 있습니다.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가 아니라면 과감히 생각을 떨쳐버리세요. 일만 많아집니다. 

 

2. 집에서 소금에 절이는 작업을 합니다. 

이게 생각보다 귀찮고 힘든 일입니다. 혹시 화장실 욕조에서 하려하신다면 말리겠습니다. 소금물에 한 번 담갔다가 속까지 소금을 쳐~ 넣어야되니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욕조 턱이 높으니 허리를 구부려서 배추를 뒤집고 절여지는 상태를 확인하고... 다 절여지면 헹구려 또 구부리고... 허리가 끊어질만큼의 고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앓아눕거나 병원치료를 요하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나마 베란다가 있어서 배추를 절이고 헹구는 일이 복잡하진 않았지만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은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반쯤 구부리거나 쪼그리고 앉거나... 한 쪽에 쌓아둔 배추를 반대편 절임통에 넣으려 같은 동작을 반복하게 됩니다. 생각만해도 아이고~~~ 허리야~~~

 

그러니 절인 배추를 사는게 낫죠. 굳이 배추를 사서 절이려하지 마세요. 요즈음은 김장하기 딱 좋게 절일 뿐 아니라 청결하게 하거든요. 최소한 화장실 욕조보다 낫지 않을까요? 

 

3. 김장재료를 손질하고 버무립니다. 

 

 

깐마늘을 샀다면 공정 하나가 줄어들겠군요. 쪽파와 대파의 뿌리와 시든 잎을 제거하고 씻어서 쪽파는 길이 7 cm즈음으로, 대파는 잘게 썰어둡니다. 쓰라린 눈물 꽤나 흘리게 될 겁니다. 무는 채칼을 쓰거나 식칼을 쓰거나... 5 mm 두께로 길이는 쪽파 크기와 비슷하게 썰어줍니다. 

찹쌀풀을 보통 많이 넣지만 저는 찹쌀 특유의 향 때문에 밀가루풀을 넣습니다. 단맛을 내는 건 매실엑기스로 했습니다. 이제 재료들을 믹서기에 잘 갈아줍니다. 젓갈도 넣고, 마늘, 생강, 밀가루풀, 매실엑기스를 잘 갈아서 널찍한 통에 한꺼번에 모아둡니다. 고춧가루는 한 번에 다 넣지않고 되직한 상태를 보고 더 넣을지 말지 고민합니다. 

 

4. 배추가 잘 절여졌는지 확인합니다.

절인지 4시간이 지났는데도 배추가 날아갈 기미가 보인다면 소금을 팍팍 더 뿌려줍니다. 여차하면 하루 온종일 절이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배추 절이는 시간은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합니다. 맛있는 배추 본연의 맛을 잃을 수 있습니다. 

 

 

5. 잘 절여진 배추에 김장양념을 넣어줍니다. 

배추양에 대비해서 양념이 너무 남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잘 ~ 배분해서 양념을 넣어줍니다. 이거 실패하면 재료를 다시 준비해야하는 귀찮음이 따르겠죠? 

 

제 주위 사람들을 보면, 김장양념과 절임배추를 사서 배추 속에 넣는 것만 합니다. 김장을 하지만 번거롭지 않고 자기 집만의 김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원하는 재료를 추가할 수 있고 맛은 보장되니까요. 생각보다 가격도 비싸지 않습니다. 유기농, 무농약, 국내산 재료만 사용하는 생협김장 양념을 사용한다고해도 10 kg 김치통 3통을 채우는데 14만원 가량이 드니 괜찮지 않은가요? 

 

김장이 끝나니 올해 일이 모두 끝난 것 같네요. ^^